30년 화업 - 허진 중견작가 개인전, ‘웃기고 눈물겨운 식탁으로부터’ 개최!

5월 1일부터 14일까지, 회화·사진·텍스트 결합한 ‘메타 작업’ 선보여!

한국현대미술신문 박재남 기자 |

 

30여 년간 ‘공동체의 삶과 탈주’라는 주제를 탐구해 온 허진 중견작가가 서울 종로구 TTE ART GALLERY에서 개인전 「웃기고 눈물겨운 식탁으로부터」를 개최한다.

오는 5월 1일부터 14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작가가 일상의 핵심 공간인 ‘식탁’을 매개로 현대 사회의 이면과 존재의 본질을 파헤친 신작들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일상이 예술이 되는 순간, ‘읽히는 이미지’로의 진화

 

전시의 중심을 이루는 ‘출근하며 산다’ 시리즈는 한지 위 펜 드로잉과 수묵채색을 기반으로 일상의 파편들을 포착한다. 붉은 윤곽선으로 강조된 식탁 위 사물들은 익숙한 대상이면서도 비일상적인 긴장을 형성하며, 번지는 수묵은 시간의 흔적과 감정의 잔향을 시각화한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글 작가와의 협업을 통해 사진 이미지에 ‘3인칭 화자’ 서사를 삽입함으로써, 작품은 ‘보는 대상’에서 ‘읽는 대상’으로 전환된다. 이 장치는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의도적으로 교란시키며, 관람자의 해석을 적극적으로 개입시키는 구조를 만든다.

 

안식의 공간에서 ‘균열의 장’으로 재해석된 식탁

 

 

이번 전시에서 식탁은 더 이상 안정된 일상의 상징이 아니다. 가족, 생존, 관계가 교차하는 장소였던 식탁은 허진의 화면에서 감정의 파편과 기억의 잔재가 부유하는 ‘균열의 공간’으로 변모한다.

 

사물들은 구체적 현실의 흔적을 지니면서도 과장된 선과 색, 여백의 구조를 통해 낯선 감각을 유도한다. 이는 우리가 익숙하게 소비해온 일상의 이미지가 사실은 얼마나 불안정한 기반 위에 놓여 있는지를 환기시킨다.

 

 

문명 속 인간의 본능, ‘유목동물+인간-문명’ 시리즈

 

최근 작업인 ‘유목동물+인간-문명’ 시리즈는 보다 강렬한 색채와 밀도 높은 구성으로 확장된다. 화면을 가득 채운 인간과 동물의 혼성 형상은 집단성, 익명성, 그리고 문명 속 인간의 본능적 욕망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군집된 형상들은 개인이 사회 시스템 속에서 어떻게 움직이고 소거되는지를 보여주는 시각적 은유이며, 동시에 현대 사회가 내포한 구조적 불안과 긴장을 환기한다. 이 시리즈는 자연과 문명, 개인과 집단, 질서와 혼돈 사이의 충돌을 압축적으로 드러내며, 동시대 사회의 본질적 질문을 제기한다.
 

일상의 재현을 넘어, 존재의 구조를 드러내다”

 

 

미술평론가 배건 박사(한국현대미술신문 대표)는 허진 작가의 작업을 “일상의 재현에서 출발해 그 이면에 잠재된 존재의 구조를 드러내는 과정”이라고 분석한다. 특히 사물을 감싸는 붉은 윤곽선은 현실을 규정하는 동시에 해체하는 이중적 장치이며, 그 위로 번지는 수묵의 층위는 박제된 일상에 시간성과 감정의 잔향을 불어넣어 익숙한 풍경을 낯설게 변모시킨다고 한다.

 

또한, 이번 전시의 핵심인 사진과 텍스트의 결합에 대해 “회화의 자율성을 흔들며 ‘이미지의 진실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메타적 시도”라고 짚었으며, 이러한 장치는 관람객을 단순한 감상자에서 능동적인 해석자로 유도하며, 식탁이라는 사적 공간을 현대 사회의 구조적 불안과 인간의 본능이 충돌하는 서사적 장으로 확장시킨다는 점에 주목한다고 말했다.

 

존재론적 질문으로 귀결되는 작업

 

허진의 작업은 명확한 해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관람자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남긴다.

 

우리는 과연 우리의 삶을 ‘살고 있는가’, 아니면 ‘반복하고 있는가’.

 

이 질문은 작품을 감상하는 행위를 넘어, 관람자의 경험과 기억 속에서 다시 구성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그의 작업은 동시대 미술이 수행해야 할 역할 "사유를 촉발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작가 이력]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문예진흥원 미술회관(1990, 서울), 금호미술관(1993, 서울), 예술의 전당 미술관(1998, 서울), 교토 노무라미술관(2004, 교토), 성곡미술관(2011, 서울), 주 러시아 한국문화원(2015, 모스크바) 등지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제9회 대한민국미술대전(1990,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젊은 모색 1990(국립현대미술관, 과천), 제1회 한국일보 청년작가 초대전(1995, 백상기념관, 서울), 수묵별미-한중 근현대 회화(2024,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등 다수의 기획전과 단체전에 초대되었으며, 제1회 한국일보 청년작가 우수상(1995), 문화예술관광부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2001) 등을 받았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금호미술관, 한국일보사, 통도사 성보박물관, 교토 노무라미술관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전시 정보]

 

전시명: 웃기고 눈물겨운 식탁으로부터

작가: 허진 (Heo Jin)

기간: 2026년 5월 1일(금) ~ 5월 14일(목)

장소: 서울 종로구 TTE ART GALLE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