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미술신문 배건 기자 |
2025년 1월 1일부터 31일까지 전주시 완산구 전주객사4길에 위치한 기린미술관에서 특별한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전시된 작품을 직접 그린 작가는 없고, 작가의 아내가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작가는 12년 전에 세상을 떠났는데, 부인이 남편을 생각하면서 유작전을 마련한 것이다.
요즈음 주변 사람들을 보면 부부간의 사이가 좋지 않아서 이혼하는 사람들을 종종 보게되는데, 남편과 사별한 지 12년이 지났는데, 죽은 남편의 전시회를 준비했다는 사실에 뭔가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듯한 느낌도 있었다. 부러운 걸까? 나도 세상을 달리하면 부인이 내 작품전을 열어 줄까? 혹시나 나의 흔적을 빨리 지우려고 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게 되는데, 역시 고)김용관 작가는 결혼을 잘했다고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그렇듯이, 고)김용관 작가는 결혼하여 얼마 되지 않아 한 가정을 책임져야 할 남편임에도 불구하고 돌연 직장을 그만두고 그림만 그리겠다고 작품활동에 몰두했다고 한다. 어려운 가정 형편 속에서도 남편이 전시회를 열고 싶다고 하면 대출까지 받아 서울에 있는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어주었다고 한다, 그것도 열 두 번이나... 그러다가 고)김용관 작가는 위암이 발병하여 치료했지만, 간으로 전이되면서 수술이 어려운 상태가 되어 일찍이 세상을 떠나게 된다.
그때 고)김용관 작가는 ‘살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이 아쉬운 것이 아니라,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는 것이 더 안타깝다’고 했다 한다.
고)김용관 작가의 그림 세계는 ‘원색에 대비되는 칼라와 형상들은 변이된 돌발 상황에서 파생된 생명 원초의 초자연적 율동의 신비’라고 하였다. 그의 작품은 보는 이들의 시선을 자신만의 원시적 신화의 세계로 끌어들이고 있는 마력을 발휘한다고 하였다.
고)김용관 작가의 작품에 대해서 김선태 미술평론가는 이렇게 평가한다. “고)김용관 작가의 초기작품은 뜨거운 추상인 비정형(앵포르멜)적인 경향으로 생명과 생성의 암호로 가득 찬 원형질적인 요소와 흔적이 주를 이룬다. 이는 순환론적인 구조를 반영하는 환형이나 파상형 등 비정형의 생성 이미지들이 한 공간 속에 충돌하고 용해되며 또 다른 세계를 보여 준다.”
”작품 중반에는 강한 토속성과 원초적인 고유한 삶의 정신적 터전을 보여 준다. 조선시대 후기의 세화인 문자도를 연상시키며, 간결화와 단순화의 원리에 따라서 전달하려고 하는 내용을 하나의 모티브 또는 모티브의 특징적인 단면에 집약시키고 세부적인 설명보다는 형태를 대담하게 단순화하며 특징적인 인상만을 표현한다.“고 했으며,
”후반에는 차가운 추상인 기하학적인 경향이 강한 반복적인 패턴이 두드러져 보인다. 화면은 마치 옵아트에서처럼 사각과 원과 입방체의 조합으로 “비가시적인 것을 가시화하는 일이 예술”이라는 폴 클레의 말과도 일맥상통 양상을 보여 준다.“고 말한다.
특히 ”말년에 이르러 작가는 그동안 해왔던 일련의 작업 과정을 요약하여 부재하는 그 무엇과 비가시적인 삶을 암시하는 어떤 의미와 내용을 함축한 묵시적인 추상으로 작업을 마무리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17일부터 22일까지 전주 기린미술관과 임실 예총회관 전시실에서 고)김용관 작가의 유작전을 열었는데, 반응이 좋아서 올해 1월 1일부터 31일까지 전주 기린미술관에서 앵콜 전시회를 열고 있는 것이다.
고)김용관 작가는 1981년에 원광대학교 미술교육과를 졸업하였으며, 개인전 12회와 1982년부터 현대미술연구소 초대전(전북예술회관), 1983년 쿼터그룹 창립전(전북예술회관), 1985년 제3현대미술제(전북예술회관), 1997년 앙코르 지리산 창립전(전북예술회관), 2011년 전북위상전(교동아트센타) 등 다수의 그룹전 참여와 작품활동을 왕성하게 해오다가 2013년에 암으로 세상을 달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