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미술신문 김미정 기자 |
늦가을의 정취가 무르익은 11월, 인천 연수구의 문화예술 공간 '새벽세시 갤러리'에서 특별한 예술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다.
한국휴먼미술협회가 주최하는 제3회 정기작품전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 5일 개막해 오는 19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창립 3주년을 맞이한 협회의 성장사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동시에, 한국 현대미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손경미 작가의 작품이 중앙에 위치하고 있다. 가끔씩 바람이 불어와 풀잎들이 살랑거리고 그 속에서 나무 벤치에 앉아 책을 읽거나 차를 마시는 나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정원은 소소한 일상이 담기고 고요함과 함께 삶의 작은 기쁨을 느끼게 해주는 공간이다. 산책길에서 주변의 풍경과 어우러진 두루미의 모습은 평화롭고 한적한 마음이 느껴진다. 이 순간이 영원히 계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발걸음을 멈추고 두루미를 바라보며
마주한 어느 날 일상의 풍경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이용나 작가의 전통 민화 책가도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그의 작품은,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새로운 미적 가치를 창출해내고 있다. 특히 옛 선조들의 지혜와 현대인의 감성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화면 구성은 보는 이로 하여금 깊은 사색에 빠져들게 한다.
이한경 작가의 '윤슬' 연작은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아침 햇살이 수면에 반사되어 만들어내는 찰나의 빛을 포착한 이 작품은, 자연의 섬세한 아름다움을 화폭에 담아내는 데 성공했다. 작가는 "자연이 선사하는 순간적인 감동을 관람객과 나누고 싶었다"며 작품의 제작 의도를 설명했다.
최기림 작가의 작품은 또 다른 차원의 감동을 선사한다. 분청사기 달항아리에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풀의 생동감을 담아낸 그의 작품은, 한국 전통 도예의 현대적 해석이라는 평가와 함께 관람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달리의 은은한 곡선과 억새풀의 자유로운 움직임이 만들어내는 대비는 보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도시 풍경을 독특한 시각으로 해석한 이상현 작가의 작품도 주목할 만하다. 현대적 조형성을 기반으로 한 그의 작품은 도시의 산수와 바람, 하늘과 구름을 독특한 시각으로 재해석했다. 특히 차가운 도시 풍경 속에서도 따뜻한 생명력을 발견해내는 작가의 시선은 현대인들에게 깊은 위안을 전한다.
이번 전시를 이끈 배건 회장은 "지난 3년간 정성스레 가꾸어온 정원에서 첫 결실을 맺는 것 같다"며 감회를 전했다. 그는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예술혼을 불태워온 작가들의 열정이 이번 전시를 통해 빛을 발하게 되었다"고 강조했다.
국립군산대학교 미술학과 김정숙 교수는 이번 전시의 의의를 높이 평가했다. 그는 "예술가로 살아간다는 것은 끊임없는 인내와 노력이 요구되는 일"이라며 "이번 전시는 작가들의 치열한 예술적 고민과 창의적 감성이 만들어낸 귀중한 결과물"이라고 평했다. 더불어 "현대인들에게 예술은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영양분과 같다"며 전시의 사회적 의미도 강조했다.
K-아트포럼의 허필호 이사장 역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각각의 작품에서 예술혼이 깃든 삶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 한국미술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전시에는 강경숙, 고미경, 김미경, 김미연, 문예지, 박봉덕, 박창현, 박하윤, 박현대, 배건, 손경미, 안미숙, 오혜은, 윤종환, 이상현, 이영옥, 이용나, 이한경, 정덕영, 정원용, 최기림, 황미란 등 22명의 중견·신진 작가들이 참여해 각자의 독특한 예술 세계를 선보이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이번 전시가 단순한 작품 감상을 넘어 작가와 관람객이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운영된다는 것이다.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예술적 영감을 교류하는 과정을 통해, 더욱 깊이 있는 예술 체험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인들에게 예술적 위안과 감동을 전하고 있는 이번 전시는 오는 19일까지 새벽세시 갤러리에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