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미술신문 박재남 기자 |
새벽세시갤러리는 오는 9월 1일부터 17일까지 홍형표 작가의 초대개인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30년 이상 서예와 문인화, 한국화를 바탕으로 작업해 온 홍형표 작가의 작품세계를 한자리에서 선보이는 자리다. 특히 작가를 대표하는 ‘고봉밥’ 연작을 중심으로 전통적인 한국화의 정신과 현대적인 조형 감각이 결합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홍형표 작가는 일찍이 ‘고봉밥의 화가’로 알려졌다. 그의 작품 속 고봉밥은 단순히 풍성하게 담긴 한 그릇의 밥을 의미하지 않는다. 어린 시절의 기억과 가족의 사랑, 작은 행복과 삶에 대한 희망이 켜켜이 담긴 상징적인 소재다.
작가에게 밥은 특별한 기억에서 시작됐다. 어린 시절 배고픔 속에서 쌀밥 한 그릇을 푸짐하게 먹는 것을 큰 행복으로 여겼던 시절, 외가에서 꾹꾹 눌러 담아준 따뜻한 밥 한 그릇을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오랫동안 작가의 마음에 남았다. 지금은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쌀밥이 당시에는 가장 큰 행복이자 희망이었다.
홍형표 작가는 그때의 기억을 작품으로 옮기며 고봉밥 한 그릇에 가난했지만 따뜻했던 가족의 사랑, 소소한 행복, 건강과 복을 기원하는 마음, 그리고 더 나은 삶을 향한 희망을 담아낸다.
때문에 그의 고봉밥은 단순한 음식의 재현이 아니다. 한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기억과 정서를 불러내는 매개이자,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밥에 대한 기억’을 통해 삶의 보편적인 감정을 건드리는 소재다.
전통 문인화의 정신에 현대적 조형을 더하다
홍형표 작가는 오랜 시간 서예와 문인화, 한국화를 통해 전통적인 조형언어를 탐구해왔다. 그러나 그의 작업은 전통에 머무르지 않는다. 최근 작업에서는 캔버스와 아크릴, 테라코타 등의 재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기존의 문인화적 표현을 현대적인 회화로 확장하고 있다.
작품에서는 전통적인 먹선과 여백의 미학을 바탕으로 강렬한 원색과 깊이 있는 채색, 그리고 입체적인 질감이 함께 어우러진다. 특히 화면 위에 재료를 여러 겹 쌓아 올리는 방식은 평면 회화에 부조와 같은 입체감을 더하며 홍형표만의 독특한 조형적 특징을 만들어낸다.
고봉밥의 형태 역시 단순한 이미지로 머물지 않는다. 화면 위에 쌓인 질감과 색채는 실제 밥공기의 표면과 고봉밥의 질감을 연상시키며, 평면과 입체의 경계를 오가는 독특한 시각적 경험을 선사한다.
작가는 또한 작품 속 고봉밥에 다양한 문장과 경구를 직접 새겨 넣는다. 평소 마음에 새겨온 삶의 문장과 좋은 글귀를 작품에 담아내면서 이미지와 언어가 함께 호흡하는 화면을 만들어낸다.
이는 작가에게 고봉밥이 단순한 회화적 소재가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태도와 가치관을 담아내는 그릇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고봉밥과 함께 등장하는 ‘호박’, 작가를 상징하는 또 하나의 소재

이번 전시에서는 고봉밥 연작과 함께 홍형표 작가의 또 다른 대표적인 소재인 ‘호박’ 작업도 주목할 만하다.
작가는 호박을 자신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소재로 바라본다. 친숙하고 소박한 대상을 선택하면서도 화면에서는 빨강, 핑크, 파랑 등 강렬한 원색을 과감하게 사용한다.
여기에 전통적인 먹선과 문인화적 요소를 결합해 익숙한 소재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다.
이러한 작업 방식은 홍형표 작가가 추구하는 회화의 방향을 잘 보여준다. 전통적인 소재와 조형언어를 기반으로 하되, 색채와 재료, 질감에 대한 끊임없는 실험을 통해 오늘날의 감각으로 다시 풀어내는 것이다.
고봉밥과 호박이라는 평범하고 친숙한 소재가 작가의 화면 안에서는 강렬한 색채와 입체적인 질감을 가진 새로운 이미지로 변모한다.
개인의 기억에서 한국적 정서로

홍형표의 작업세계에서 중요한 또 하나의 특징은 개인적인 기억이 한국적인 정서와 만나 확장된다는 점이다.
작가는 오랜 시간 수원에서 생활하고 작업하며 그곳의 자연과 역사, 사람들의 삶에서 작품의 모티브를 찾아왔다. 한때 수원의 소나무에 매료되어 5년 동안 소나무 작업에 집중했으며, 수원화성과 정조의 이야기를 자신의 작품세계와 연결하기도 했다.
특히 ‘정조의 꿈’을 주제로 고봉밥 위에 수원의 옛 지도를 결합한 작업은 작가가 바라보는 ‘밥’의 의미를 잘 보여준다. 정조가 수원화성을 건설하며 백성들이 보다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나라를 꿈꾸었다는 역사적 배경에 주목한 작가는 고봉밥과 수원의 역사를 연결하며 ‘잘 먹고 잘 사는 삶’이라는 인간의 보편적인 희망을 작품 안에 담아냈다. 이처럼 홍형표의 고봉밥은 개인의 어린 시절에서 출발하지만 가족과 사회, 역사와 인간의 삶으로 그 의미가 넓어진다.
“가슴을 따뜻하게 하는 고봉밥의 화가”

미술평론가 김종근은 홍형표 작가를 ‘가슴을 따뜻하게 하는 고봉밥의 화가’라고 평가한다. 김종근 평론가는 홍형표의 고봉밥에 대해 “단순한 넉넉한 쌀의 고봉밥을 그린 것 이상의 차원을 분명 넘어선다”고 설명하며, 그 안에 가난했지만 넘쳤던 사랑과 작은 행복, 앞으로의 삶을 향한 희망과 어린 시절의 추억이 담겨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홍형표 작가가 전통 문인화의 정신과 흐름을 지키면서도 깊이 있는 채색과 입체적 표현을 통해 자신만의 양식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특히 전통적인 문인화의 공간과 여백, 단순하고 깔끔한 구성 위에 강렬한 색채와 입체적인 질감을 더함으로써 익숙한 소재를 새롭게 바라보게 한다는 점을 그의 작품세계의 중요한 특징으로 꼽았다.
김종근 평론가는 홍형표의 회화에 대해 “진부한 주제를 진부하지 않게 현대적인 감성을 주는 것”이 또 하나의 장점이라고 평가하며, 고봉밥이라는 친숙한 소재가 관람객의 기억과 감정을 움직이는 따뜻한 울림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한다.
한 그릇의 밥에서 시작되는 이야기

홍형표 작가의 작품은 거창한 소재에서 출발하지 않는다. 누구나 알고 있는 밥 한 그릇, 익숙한 호박 한 덩이,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마주하는 자연과 역사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작가는 그 평범한 소재에 자신의 기억과 경험, 한국적인 정서와 삶에 대한 시선을 더한다. 그 결과 고봉밥은 풍요의 상징이 되고, 호박은 작가 자신을 비추는 하나의 이미지가 된다.
이번 전시는 전통적인 문인화의 정신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현대적인 회화 언어를 구축해온 홍형표 작가의 작업세계를 살펴볼 수 있는 자리다. 특히 한 그릇의 밥에 담긴 어린 시절의 기억에서 출발해 사랑과 가족, 행복과 희망, 그리고 인간의 삶에 대한 이야기로 확장되는 그의 작품은 관람객에게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새벽세시갤러리에서 열리는 이번 홍형표 초대개인전은 평범한 일상의 소재가 어떻게 한 작가의 깊은 기억과 만나 예술적 언어로 변화하는지를 보여주는 전시가 될 예정이다.
홍형표 초대개인전은 2026년 9월 1일부터 9월 17일까지 새벽세시갤러리 제1전시실에서 진행된다.

【전시 정보】
전시명| 홍형표 초대개인전
전시기간| 2026.09.01 – 2026.09.17
장소| 새벽세시갤러리 제1전시실 (인천광역시 연수구 샘말로8번길9)
전시시간| 11:00 – 22:00
휴관일| 없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