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옥키, 60번째 주제전 ‘취소’ 개최…예정된 일이 사라진 이후를 기록하다

9월 5일까지 갤러리카페 옥키서 진행
허진·장인주·하동수·김기봉·김선우·김태휘·에그그·이동혁·Bluemoon 작가 9명 참여

한국현대미술신문 김태희 기자 |

 

갤러리카페 옥키가 60번째 주제로 선택한 단어는 ‘취소’다. 예정했던 만남이 무산되고 계획이 중단되는 일상적인 상황부터 개인의 의지만으로 되돌릴 수 없는 사회적·역사적 사건까지, 취소가 만들어내는 여러 장면을 작품으로 살펴본다.

 

월간옥키 60 ‘취소’는 8월 19일부터 9월 5일까지 서울 중구 갤러리카페 옥키에서 열린다. 김기봉, 김선우, 김태휘 , 에그그 , 이동혁, 장인주, 하동수, 허진, Bluemoon 작가가 참여한다.

 

이번 전시가 다루는 취소는 단순히 예정된 일을 없던 것으로 만드는 행위에 그치지 않는다. 스스로 내린 결정도 있지만 날씨나 사고, 다른 사람의 판단과 같이 통제하기 어려운 조건으로 인해 선택의 여지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취소도 있다. 전시는 이러한 상황에서 남게 되는 기록과 기억, 그리고 사람들 사이에 오가는 반응을 여러 매체로 제시한다.

Bluemoon은 회화와 장신구를 통해 취소된 일정과 취소하고 싶은 말을 다룬다. ‘Blue Avenue 2 : 파도바의 오후 일정은 취소되었다’에는 예정했던 시간이 어긋난 뒤 남겨진 장소의 감각이 담겼다. ‘Necklace : 취소하고 싶다. 12년 전에 한 말…’에서는 이미 내뱉은 말을 되돌리고 싶은 마음을 은과 구리, 와이어로 제작한 장신구에 담아냈다.

 

김선우는 사람들의 온기가 빠져나간 도시 공간을 바라본다. 텅 빈 주차장과 낡은 공동주택, 해 질 무렵의 고요한 풍경은 매일 반복되던 움직임이 수거된 듯한 낯선 정적을 전한다. 작가는 빈자리에 남은 쓸쓸함과 함께, 그 고요가 건네는 쉼과 사유의 가능성을 포착한다.

 

에그그 작가는 ‘여전히 남아 있어’, ‘그래도 지나가’, ‘기억’을 통해 지우고 싶어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 기억을 바라본다. 지나간 사건과 사람을 마음속에서 취소하려 할수록 오히려 선명하게 떠오르는 감정, 그리고 그 기억을 품은 채 다시 다음 장면으로 걸어가는 모습을 작업에 담았다.

 

김태휘 작가는 철거를 앞둔 도시의 풍경에서 사라지는 시간과 남겨진 흔적을 포착한다. 도시의 취소는 한순간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느리게 진행되며, 철거된 자리에도 이전의 삶을 짐작하게 하는 부스러기와 기억이 남는다고 바라본다.

 

이동혁 작가는 비어 있는 교실과 복도, 다시 마주한 학교의 공간은 지나간 시간을 후회하기보다 멈춰 있던 자리에서 새로운 걸음을 시작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하동수 작가는 ‘취소’를 역사적 차원에서 접근한다. 작가는 1910년 경술국치를 국가의 권리와 주권이 강제로 박탈된 사건으로 바라본다.

 

전시장에서는 사진을 비롯해 회화, 디지털 작업 등으로 표현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참여 작가들은 개인의 기억과 선택, 중단된 학업, 되돌리고 싶은 말, 사람이 떠난 공간과 철거를 앞둔 도시 등 서로 다른 소재를 통해 ‘취소’의 범위를 넓힌다.

 

월간옥키는 갤러리카페옥키 허진 대표 기획으로 매달 하나의 단어를 주제로 참여 작가들의 시선을 소개해 왔다. 기획전시가 시작됨과 동시에 전시도록은 전자책과 종이책으로 출판된다. 이번 60번째 전시는 무산된 사건 자체보다 그것을 설명하고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모습을 함께 바라보며, 취소 이후에도 남아 있는 관계와 흔적을 전한다.

 

작가와의 만남은 전시 마지막 날인 9월 5일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