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미술신문 박재남 기자 |
인천 연수구 새벽세시갤러리 제2전시실에서는 오는 7월 1일부터 14일까지 한국화 3인전 《세 개의 시선, 하나의 여백》이 열린다.

이번 전시는 김동희, 김지민, 이홍규 세 명의 작가가 각기 다른 조형 언어와 철학을 바탕으로 자연과 시간, 기억과 삶을 탐구한 작품들을 한자리에서 선보이는 기획전이다.
전통적인 한국화의 재료와 정신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현대미술의 다양한 표현 방식을 적극 수용한 이번 전시는, 서로 다른 시선이 하나의 공간 안에서 어떻게 공존하고 조화를 이루는지를 보여주는 의미 있는 자리다.
전시 제목인 '세 개의 시선, 하나의 여백'은 세 작가가 바라보는 세계는 서로 다르지만, 작품이 관람객에게 열어주는 사유의 공간은 결국 하나의 '여백'으로 이어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여백은 단순히 비어 있는 공간이 아니라 관람자의 경험과 기억이 머물며 완성되는 또 하나의 회화적 공간이다.
삶을 쌓아 올리는 수행의 미학, 김동희

김동희 작가는 '돌탑'이라는 한국적 상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 그의 작품은 장지를 찢고 붙이며 반복적으로 중첩하는 콜라주 기법을 통해 제작된다. 수없이 반복되는 행위는 수행과도 같은 시간의 기록이며, 화면 위에 등장하는 돌은 단순한 자연물이 아니라 인간 존재와 삶의 시간을 상징한다.
돌은 무너지고 다시 쌓인다. 그 과정 속에는 실패와 극복, 희망과 기도, 그리고 인간이 살아가는 시간이 응축되어 있다.
특히 검은 화면 위에 떠오르는 흰 돌의 형상은 존재와 부재, 삶과 죽음, 무게와 균형이라는 철학적 질문을 던지며 관람객에게 깊은 사색을 유도한다.
흔적과 기억의 새로운 지도, 김지민

김지민 작가는 우리가 지나쳐 온 시간의 흔적을 작품으로 옮긴다. 도시의 오래된 벽면, 녹슨 철판, 균열, 마모된 표면 등을 직접 탁본하고 드로잉하며 수집한 흔적들은 화면 속에서 새로운 질서를 형성한다. 그의 작품은 추상이지만 실제 공간의 기록이기도 하다.
서로 다른 장소와 시간에서 채집한 흔적들이 하나의 화면 안에서 충돌하고 중첩되면서 과거와 현재, 기억과 현실이 교차하는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낸다.
관람자는 작품을 읽는 것이 아니라 흔적을 따라가며 자신의 기억을 소환하게 되고, 익숙했던 공간을 전혀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자연 속에 머무는 마음의 풍경, 이홍규

이홍규 작가는 자연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기보다 자연 속에서 느끼는 감정과 기억을 화면에 담아낸다. 담백한 먹빛과 절제된 색채, 그리고 섬세한 필선으로 완성된 그의 산수는 전통 산수화의 형식을 기반으로 하지만 현대인의 정서를 담고 있다.
눈 덮인 산과 숲, 달빛이 스며드는 계곡, 고요한 물길은 실제 풍경이라기보다 마음속에 존재하는 이상적 자연에 가깝다. 작가는 자연을 통해 인간 내면의 평온함과 치유의 가능성을 이야기하며,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사회 속에서 잃어버린 여유와 사색의 시간을 회복하도록 이끈다.
서로 다른 시선이 만들어 낸 하나의 한국화
이번 전시의 가장 큰 특징은 세 작가가 사용하는 조형 언어가 전혀 다르다는 점이다.
김동희는 '축적'을 이야기하고, 김지민은 '흔적'을 기록하며, 이홍규는 '자연'을 통해 인간의 내면을 비춘다. 그러나 이들의 작품은 모두 시간이 만들어 낸 흔적을 바라본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누군가는 돌을 쌓고, 누군가는 기억을 기록하며, 누군가는 자연을 바라본다.
그 서로 다른 시선은 결국 하나의 여백 안에서 만나 관람객에게 새로운 해석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한국화가 더 이상 전통에 머무는 장르가 아니라 동시대의 다양한 감각과 사유를 담아낼 수 있는 확장된 예술임을 보여주는 전시라 할 수 있다.
"여백은 비어 있는 공간이 아니라 세 개의 시간이 만나는 장소이다“
미술평론가 배건 박사(한국현대미술신문 대표)는 《세 개의 시선, 하나의 여백》은 단순한 한국화 3인전이 아니다. 서로 다른 조형언어가 경쟁하거나 대비되는 전시가 아니라, 각자의 예술적 세계가 하나의 공간 안에서 대화를 만들어 가는 보기 드문 기획전이다.
김동희의 작품은 존재를 쌓아가는 시간을 이야기한다. 돌은 자연물이면서 동시에 인간의 삶을 상징한다. 화면 속에 반복적으로 축적된 돌의 형상은 수행의 기록이며, 인간이 살아가는 과정 자체를 은유한다. 반복되는 노동은 물질을 만드는 행위가 아니라 존재를 만들어 가는 과정으로 읽힌다.
김지민은 시간이 남긴 흔적을 기록하는 작가이다. 그의 작품은 추상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현실의 공간을 가장 충실하게 기록한 회화다. 오래된 벽과 철판, 균열과 마모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시간으로 이동한다. 그는 흔적을 통해 기억을 복원하고, 기억을 통해 공간을 새롭게 탄생시킨다.
이홍규의 자연은 풍경이 아니라 마음의 풍경이다. 그의 화면은 화려한 기교보다 절제된 필선과 먹의 농담으로 자연의 본질을 이야기한다. 눈 덮인 산과 숲, 고요한 계곡은 실제 장소가 아니라 인간이 돌아가고 싶은 내면의 공간이며, 관람자는 그 풍경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마주하게 된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인상적인 점은 세 작가 모두 '시간'을 다루고 있다는 사실이다.
김동희는 시간을 쌓고, 김지민은 시간을 기록하며, 이홍규는 시간을 머물게 한다.
이처럼 서로 다른 방식으로 시간을 표현하지만, 결국 그 시간은 모두 하나의 '여백' 안에서 관람자와 만난다. 한국화에서 여백은 단순한 빈 공간이 아니다. 여백은 상상과 사유가 머무는 자리이며, 작가와 관람자가 함께 작품을 완성하는 공간이다.
《세 개의 시선, 하나의 여백》은 바로 그 한국화의 본질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새롭게 해석한 전시라 할 수 있다.
전통은 반복되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해석될 때 살아남는다. 이번 전시는 한국화가 지닌 깊은 정신성과 동시대적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주며, 한국화의 미래를 조용하지만 설득력 있게 제시하는 의미 있는 기획전으로 평가된다.
【전시 정보】
전시명 : 《세 개의 시선, 하나의 여백》
참여작가 : 김동희 · 김지민 · 이홍규
전시기간 : 2026년 7월 1일 ~ 7월 14일
관람시간 : 오전 11시 ~ 오후 10시(연중무휴)
전시장소 : 새벽세시갤러리 제2전시실
주소 : 인천광역시 연수구 샘말로 8번길 9, B1
관람료 : 무료
문의 : 010-5662-0782
이번 전시는 서로 다른 예술적 언어가 하나의 공간에서 어떻게 공명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한국화의 전통성과 현대성이 조화롭게 만나는 지점을 제시하며 관람객에게 깊은 사유와 여운을 남기는 전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