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미술신문 박재남 기자 |

Gather Center의 파사드 사진 - Gather Center 제공
브루클린 그린포인트에 위치한 Gather Center에서는 단체전 <Unconditional Humans>가 열렸다. 이번 전시는 약 한 달간의 공모를 통해 수백 명의 지원자 중 최종 15인의 작가를 선별하여 구성되었다.
전시는 개인의 경험과 인식을 바탕으로 ‘인간’이라는 상태를 다시 사유하려는 시도로, 참여 작가들은 각기 다른 매체와 서사를 통해 ‘조건 없는 인간’이라는 개념을 다층적으로 변주하며, 신체, 감정, 관계, 존재의 조건을 가로지르는 다양한 해석을 제시했다.

우리를 유지시키는 것들
한예종과 RISD에서 유리를 공부한 주목받는 신진 한국 작가 박정은은 이 전시에서 하나의 유리 작품으로 참여했다. Gather Center의 유리 파사드 내부에 설치된 그녀의 작업 <Rice>는 전시의 입구에서 관객을 맞이하며, ‘인간의 조건’이라는 주제를 생명과 신체, 그리고 그것을 유지시키는 섭취의 구조 속에서 드러낸다.


우리가 매일 먹는 흰 쌀밥이 사실은 수많은 ‘씨앗’의 집합이라는 자각에서 비롯된 이 작품은, 유리로 만들어진 하얀 쌀에 양막에 둘러싸인 태아를 닮은 배아가 삽입된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이때 쌀은 식재료에서 생명을 잠재한 존재로 재인식되며, 관객은 이를 통해 섭취와 생명, 그리고 신체 사이의 관계를 새롭게 인지하게 된다.
우리를 규정하는 구조
박정은의 작업이 몸을 내부로부터 구성하는 생명 구조에 주목했다면, Rora Blue 로라 블루의 작업은 외부 시스템에 의해 유지되고 규정되는 신체를 또 다른 방향에서 조망했다. 세 개의 수액 주머니로 구성된 그의 작업은 자연 풍경 이미지를 내부에 삽입한 형태로, 병상에서의 경험과 그 안에서 느낀 고립과 외로움을 반영한다.
이 수액 주머니는 단순한 의료 도구를 넘어, 신체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는 통로이자 개인의 상태를 가시화하는 매개로 작동한다. 동시에 이는 의료 시스템 안에서 경험되는 신체의 통제와 단절을 드러내며, 자연과 다시 연결되고자 하는 욕망을 암시한다.

블루 작가는 트랜스젠더이자 장애를 가진 신체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회적으로 보이지 않거나 특정 방식으로만 인식되는 몸의 조건을 탐구한다. 그의 작업은 의료 공간이 생명을 유지하는 장소인 동시에, 신체를 규정하고 고립시키는 구조임을 드러낸다.

《Unconditional Humans》는 2026년 2월 17일부터 3월 26일까지 브루클린 그린포인트의 Gather Center에서 열렸다. 전시와 같은 주제로 기획된 동명의 팟캐스트 시리즈 또한 Spotify의 Gather Center 채널을 통해 함께 공개되었으며, 현재 진행 중이다.



전시 정보
Unconditional Humans
2026년 2월 17일 – 3월 26일
오프닝 리셉션: 2026년 2월 17일 (화) 5:30–7:30 PM
Gather Center
94 Guernsey Street, Ground Level, Brooklyn, NY 11222
참여 작가
Jungeun Park, Rora Blue, Kallie Cassidy, Cybèle, Karen Fitzgerald, Richard Glick, Siavash Golkar,
Luca Goly, Zengyuan Ma, Madalyn May, Dooney Potter, Kate Raudenbush, Suzanna Schlemm, Yufei
Song, Violet Yin
사진 크레딧 : Gather Center & Jungeun Pa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