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미술신문 박재남 기자 |
2026년 5월 10일부터 5월 16일까지 새벽세시갤러리에서 개최되는 기획전 “2026 5월의 展”에 김서희 작가가 참여한다.

기억은 축적이 아니라 ‘선택의 구조’
김서희 작가는 그동안 기억의 축적과 선택,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왜곡의 지점을 지속적으로 탐구해왔다. 개인전 〈I, Understand, You〉를 비롯한 다양한 전시를 통해 기억에 대한 독자적인 시각을 구축해왔으며, 2019년 고용노동부 장관상 수상 이후 작업의 깊이를 더욱 확장해왔다.

작가의 작업은 일상의 사소한 장면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그가 주목하는 것은 사건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어떻게 기억으로 남는가’라는 과정이다. 인간은 모든 기억을 저장할 수 없으며, 결국 선택하고 재구성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때 기억은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현재를 유지하기 위한 ‘편집된 결과물’로 작동한다.
‘기억 컬렉션’—현실과 비현실의 경계

대표 시리즈 〈기억 컬렉션〉에서 이러한 특징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바다 풍경을 배경으로 한 작품에서는 파도의 역동성과 함께 화면 전반에 흩날리는 눈송이가 등장한다. 계절적으로는 어울리지 않는 이 장면은 기억의 비선형성을 상징한다. 특정 순간에 불현듯 떠오르는 기억처럼, 눈은 시간의 질서를 무너뜨리며 현재와 과거를 동시에 호출한다.

또 다른 작품인 놀이터 풍경에서는 일상의 평온한 장면 위에 동일한 눈의 요소가 반복된다. 아이들이 노는 공간, 산책하는 반려견, 그리고 도시의 일상적 배경 속에 스며든 이 비현실적 요소는 기억이 결코 객관적이지 않으며, 감정과 상황에 따라 재구성된다는 점을 암시한다.
이처럼 김서희 작가의 화면은 사실적 재현과 심리적 이미지가 공존하는 구조를 취한다. 이는 ‘기억은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지 않는다’는 전제를 시각적으로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
김서희 작가는 기억을 해석하거나 규정하지 않는다. 대신 그것이 생성되고 변형되는 과정을 관찰한다. 그의 작업은 과거를 복원하는 데 목적이 있지 않다. 오히려 현재를 살아가기 위해 어떤 기억을 선택하고 유지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이 과정에서 기억은 개인의 정체성과 삶의 방향을 형성하는 핵심 요소로 작동한다.
미술평론가 배건 박사(한국현대미술신문 대표)는 “김서희의 회화는 기억을 단순한 과거의 잔재가 아니라, 현재를 구성하는 능동적 장치로 바라본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의 화면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눈의 이미지는 시간의 선형적 흐름을 해체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이는 특정한 사건의 재현이 아니라, 기억이 작동하는 방식 자체를 드러내는 메타적 구조라 할 수 있다.
특히 사실적 풍경 위에 삽입된 비현실적 요소는 기억의 왜곡과 선택이라는 인간 인식의 본질을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이는 관람자로 하여금 자신의 기억 역시 동일한 방식으로 구성되고 있음을 자각하게 만드는 중요한 계기를 제공한다.
결국 김서희의 작업은 ‘무엇을 기억하는가’가 아니라 ‘왜 그것을 기억하는가’라는 질문으로 확장되며, 동시대 회화가 지닐 수 있는 철학적 깊이를 보여준다.”
한편, 새벽세시갤러리에서 개최되는 기획전 〈2026 5월의 展 PART.2〉는 제1전시실(2F)과 제2전시실(B1)에서 동시 진행되며, ‘시간’과 ‘감정’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다양한 작가들이 각기 다른 시선으로 해석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김서희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기억의 선택과 그 의미를 확장하며 관람자와의 사유를 이어갈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