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미술신문 박재남 기자 |
(사)한국화진흥회가 오는 9월 24일(수)부터 29일(월)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1관에서 제6회 정기작품전을 개최한다. 이어 10월 2일부터 11월 16일까지 강원 고성 진부령미술관에서는 제3회 정기 순회초대전으로 그 흐름을 이어간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사이와 공간, 먹과 색」, 한국 회화의 근간을 이루는 먹과 여백, 그리고 색채의 긴장과 화해를 탐구하는 자리다. 가을이면 예술은 더욱 깊어진다. 나무가 잎을 내려놓듯, 작가는 먹과 색을 화폭에 내려놓는다.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것은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라, 오랜 전통이 시간의 결을 타고 흐르는 울림이다.
한국화의 본질은 늘 ‘사이’에 있다. 먹과 색, 채움과 비움, 전통과 현대, 한국과 세계 사이의 긴장과 조화를 탐구하는 과정이 곧 한국화의 역사이자 오늘의 과제다.
한국화진흥회는 지난 10년 가까이 국내외를 무대로 활동을 이어왔다. 남이섬 평화랑갤러리, 서울 지오아트스페이스, 충남 태안 천리포수목원 밀러갤러리 등 전국 주요 문화공간에서 수준 높은 전시를 성사시켰으며, 인도의 Kala Srot Gallery에서는 레지던시와 워크숍을 통해 현지 작가들과 교류하며 한국화의 기법과 미학을 나누었다. 이는 곧 한국적 미감을 세계적 언어로 번역하려는 치열한 시도였다.
먹은 깊이를, 색은 생동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 둘은 결코 대립하지 않는다. 서로가 서로를 완성하며, 그 사이에서 관람자는 사유를 이어간다. 이번 전시가 던지는 화두는 바로 그 지점이다. ‘사이’는 비어 있는 듯하지만, 사실은 충만하다. 공간은 고요하지만, 그 속에는 무한한 가능성이 숨 쉬고 있다.
김춘옥 이사장은 “K-팝의 열풍을 시작으로 전세계가 K-문화예술에 대해 많은 관심과 사랑으로 주목하고 있는 가운데, 이제 한국화도 세계미술의 중심축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한국화를 그리는 많은 화가들은 부단한 노력으로 우리의 꿈을 이루어야 할 것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의 발언 속에는 단순한 기대가 아니라, 오랜 시간 한국화를 묵묵히 지켜온 예술가들의 고투와 헌신이 담겨 있다.
한국현대미술신문 배건 대표는 "먹과 색, 여백과 채움은 한국화의 고유한 문법이지만, 오늘날 작가들은 이를 단순히 계승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대적 맥락 속에서 재해석하며 새로운 조형 언어로 확장해 내고 있다."
"특히 한국화가 가진 ‘사이’의 미학! 즉, 비움 속의 충만함, 긴장 속의 조화를 다시금 환기시킨다. 이는 한국화가 세계 미술 담론 속에서도 독자적인 위치를 가질 수 있는 핵심 가치이다. 서구적 조형 언어가 물질과 재현의 충실성을 추구해왔다면, 한국화는 ‘여백’과 ‘사이’를 통해 보이지 않는 세계와 내면의 사유를 드러내왔다. 이 차별성은 한국화가 세계와 대화하는 중요한 지점이 될 것이다." 라고 말한다.
올 가을 세종문화회관과 고성 진부령미술관을 찾는 이들은 단지 그림을 ‘보는’ 것이 아니라, 작품 속에서 스스로의 사유를 ‘만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사이와 공간 속에서 우리는 한국화의 현재와 미래를 묻게 될지도 모른다.
따라서 이번 정기전은 한국화가 전통의 언어를 통해 동시대의 감각을 발신하고, 더 나아가 세계 미술 속에서 주체적 목소리를 내기 위한 출발점이자 실험장이 된다. 한국화가 ‘과거의 그림’이 아니라 ‘현재의 예술’, 그리고 ‘미래의 가능성’임을 증명하는 바로 그 자리가 될 것이다.